2010-03-20 14:06:30 , 12516 조회
written by 장연주
개불알꽃이 지천이고 냉이는 벌써 꽃까지 피었는데, 꽃샘추위가 주춤 미적거리는 날 저녁미사 후.
-짜잔 ~~~~.백발에서 유난히 포스가 느껴지는 광주 예수고난회 김영익(루도비꼬)신부님의 등장.
미사를 못본 죄로 맨 뒤에서 들은 탓에 안 들리는 말도 있었는데 주제를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ooo'라고 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자,뭐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
예수고난회는 방학 때 현장체험을 하는 게 변하지 않는 전통인데,한시적이고 제한적이나마 순수한 열정으로 서민들의 삶과 아픔을 엿보고 느끼며 정진하고자하는 목적 때문이란다. 이어지는 신부님의 경험담, 픽션일까 논픽션일까. 아무튼 뭉기적거리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한 방에 날려버린 따끈한(?), 분위기, 귀쫑긋,눈 반짝.
신부님이 공사판에서 일하시던 때, 수도사를 포기했던 여수 조폭 출신의 한 형제에게 연락이 와서 압구정동 여자가 있는 술집에 가서 꼭지가 갈 정도로(?) 마시다가 2차를 가게 됐다네요. (기대하시라)
신부님께서뜸을 들이다가 내놓은 결론 (짐작하셨겠지만)은 "그냥 잤다'입니다. 아가씨를 진정(?)시키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장녀이자 가장이었던 그녀는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술집에 오게 되었다고 하더랍니다.
그 순간 인간으로서 부끄러웠답니다. 나라면그렇게 절박한 상황일 때 나를 희생할 수 있겠는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그동안 눈치보며 살았을 그녀의 가슴앓이에 측은지심도 느꼈고요. 신부님께서 꼬옥 안아주자 신부님의 앞자락이 다 젖을 정도로 용을 쓰며 눈물을 쏟아내더라나요.비록 신자는 아니었지만 은총의 순간이요 온전하게 평화로운 시간이었을테지요.
자 ,그럼 여기서 고난의 밤(?), 콩당콩당 가슴을 잘 이기고 만인의 연인이 되기로 탁월한 선택을 하신 신부님께 잘하셨다고, 고맙다고 박수 한 번 보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신부님께선 성경의 마리아 막달레나 이야기와 그 아가씨와의 기억이 또렷하게 연결되면서 섣불리 단죄하지 않는 영적 지혜와 혜안을 얻고 자비의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통한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하셨답니다.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 아야기(요한 8장 1절~11절)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우리의 숨겨진 모습에 대해 점검해 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신부님께서는 파도의 흐름처럼 목소리의 강약으로 분위기를 압도하셨는데요. 저같은 원초적 초보는 목소리가 커지면 아 저건 중요한가 보다하고 눈치껏 입력시킬 정도?
2천 년 전 간음한 여자는 돌로 쳐서 죽일 권한이 있었는데 부모도 제지하지 못했다지요. 그런데 그 여자를 고발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요. 대개 열심한 신자들은 대죄 소죄 따지느라 정신이 없고, 정작 사랑의 하느님,성자로서의 하느님, 생명의 하느님을 믿지 못한다고요. 항상 남을 판단하고 거드름 피우고 겉돌면서 거룩한 척하면서 법에 묶여 스스로를 걸고 넘어가는 구속으로 '나'를 쳐넣는 것이 아니냐고 .스스로 열심하다는 교만과 자만심이 근본적인 죄의 뿌리요 오류라고요.
점층법으로, 열거와 반복으로 강의가 고조되는데, 저는 신부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나 바늘처럼 제 가슴을 콕콕 찌르느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어딘가에 곤두박질치더니,저라는 존재가 공중분해되어 산산히 흩어져 흔적조차 사라졌다가~.정신을 차려보니 퍼즐처럼 제 조각조각이 다시 저로 만들어지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덩그렇게 한가지 물음만 남았습니다. '나는 어떤 신앙의 몸짓으로 열심하는가?'
또한 예수님은 그 여자에게 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관심 두지도 않았습니다. 잘했든 못했든 과거는 문제되지 않고, 그 경험으로 어떤 깨달음을 얻어 그 전과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났는가? 이것이 중요하답니다. '임마누엘 '이라는 말이 '지금 나와 함께 살아있는 하느님'이라는 뜻임을 알게 해줍니다. 삶이란 숨 한 번 쉬었는데 그 다음 숨이 쉬어지는 그 순간이라서 과거와 미래는 없고 오직 현재(지금 여기(here and now))를 온전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고로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력히 강력히 주장하셨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을 기약하며 신부님의 열강은 여기까집니다.
어찌 감히 이런 글을 쓸 생각조차를 했을까요? 며칠 망설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따라갈텐데------. 뭐하러 굳이 내 무식을 드러내 전국적인 망신의 기회로 삼을소냐. 그 변명 굳이 해야겠지요.
올해부터 별러오던 감사일기를 쓰고 있어요. 참 좋더라고요.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감사? 좋지. 근데?
답답하더라구요. 그럼? 아하! 빚 갚아야겠구나. 하느님이 명사가 아니고 동사인 것처럼-.특강을 듣지 못한 누군가에게 봉헌한 토요일 오전의 고군분투.(컴맹)
누군가에게 깊이 사랑 받으면 힘이 생기고/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면 용기가 생긴다. 그 누군가가 당신인 걸 아시죠?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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