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주일 미사 중에 보편지향기도를 바치는데, 기도만 하면 그걸로 끝인가요? 아니면 기도 내용을 실천해야 하나요? 가령 매일미사에 나오는 보편지향기도가 “노숙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라면, 하느님께 노숙자들을 잘 돌보아 달라고 기도만 하면 될까요? 아니면 노숙자들에게 우리가 관심을 갖고 실제로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할까요?
“본당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고 기도하고 나서, ‘하느님께서 본당 단체 알아서 잘 하시겠지’ 하고 말아야 할까요? 아니면 내가 소속한 본당 단체 안에서 나도 최선을 다해 봉사해야 할까요? 당연히 나의 실천이 뒤따라야지요.
그렇다면, 보편지향 기도 때에 자주 등장하는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합시다.” “정치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이건 어떻게 해요? 기도하고 말아야 해요? 아니면 무언가 해야 해요?
무엇인가 해야죠. 나랏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잘하는 정치인들은 격려해 주고, 잘못하는 정치인들은 나무라야죠. 그렇게 안 하려면 기도도 하지 말아야죠. 우리가 기도하는 내용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해서 실행하실 때가 많으니까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자주 사람을 통해서 실행하시지요. 오죽하면 당신 아드님까지 사람이 되게 하셔서 세상에 보내시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도 당연히 우리가 기도하는 내용을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시도록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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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 기자 |
지금 천주교회는 전국 열다섯 개 교구가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시국선언을 다 했습니다. 이제 교구별로 시국미사도 이어질 거예요. 끝난 게 아니에요. 어떤 분들은 화나실 거예요. 아니,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인데, 왜 이래라 저래라 해? 그런데, 정말 공정하고 투명한 조건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건지 확인 좀 하자는 거지요. 의혹을 제대로 조사 좀 하라는 거죠. 아직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 인터넷 댓글 수 십 개가 전부인 걸로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신데, 검찰이 발표한 것만 2천 2백만 개예요.
제 아버지가 저한테 물어 보시더라구요. “거 정말로 국정원 댓글이 선거에 영향을 주었나?” 그래서 제가 대답했지요. “선거에 영향 안 주려면 국정원이 왜 했겠어요? 정보와 심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요?” 그랬더니 ‘하긴 그렇군...’ 그러시더라구요.
저희 아버지는 작년에 선거 전날 저한테 전화하셨어요. 1번 찍으라고. 그런데 누가 되었든 간에, 설령 다른 후보가 당선 되었다 하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되었다면, 그것을 정확하게 밝히고 조사하라는 게 종교계 시국선언의 내용인 거죠.
그런데 자꾸 천주교가 이런 거에 개입하면 신자수가 줄어들지 않을까하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런 걱정은 그야말로 인간적인 걱정이지만, 그런 걱정도 안하셔도 되요.
지난 2005년도에 통계청이 인구 총조사를 했는데, 종교계가 깜짝 놀란 통계가 있었습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불교 신자가 3.9% 늘어났고, 개신교 신자는 1.6% 감소했는데, 가톨릭 신자는 74.4% 늘어났거든요. 대형교회가 늘어나서 개신교회가 성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에 계신 젊은 목사님들은 신도수가 줄어 교회 문을 닫기도 하는 등 정말 힘들어 하셨거든요.
개신교 일부 교단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가톨릭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선교를 해 왔는데, 왜 개신교 신자는 줄고 가톨릭은 저렇게나 많이 늘었을까?’ 그래서 ‘개신교 목회사회학연구소’란 기관에서 세미나를 하고, 인천교구 총대리이셨던 오경환 신부님을 초청해서 강연도 듣고, 그 내용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제목이 <그들은 왜 가톨릭교회로 갔을까?>입니다. 부제목은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톨릭’, ‘경이적인 가톨릭교회 성장과 개신교 성장 정체에 대한 목회사회학적 분석’입니다.
이 책을 보면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김종서 교수님이 ‘왜 천주교 신자가 많이 증가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섯 가지 이유를 들으셨습니다.
1. 교황청과 각 교구의 지휘를 받는 일사불란한 천주교회의 조직력과 결속력 2. 청렴성 3. 과거 군사 정권 시기에 인권 문제 등에 대하여 천주교회가 조직적으로 저항해 정의 종교로 비친 것이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4. 장례를 조직적으로 돕는 등 관혼상제 의례와 관련하여 유연하고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유교 문화에 대한 유연한 입장 5. 다른 종교에 대해서 열린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젊은 층으로부터 호감을 샀다.
이상 다섯 가지입니다. 이중 세 번째 항목에 대해 오경환 신부님께서 이렇게 해설을 하십니다.
“천주교회의 정의 활동이 외부 인사들에게는 일사불란한 것으로 보였던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 갈등도 있었고 일부의 반대가 없던 것은 아니다. 반대론자들은 정의 활동이 선교에 해롭고 입교자를 감소시킨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정의 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입교자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었고 그것을 예상하지도 않았다. 현시점에서 볼 때 입교자의 증가는 정의 활동의 사회학에서 말하는 의도되지 않은 결과이다.”
그러시면서 통계 자료를 분석해 볼 때, 신자 증가율이 3.9%였다가, 사회 정의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기에 9.6% 까지 올라가는 등 천주교의 사회 정의 참여가 선교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셨습니다.
지금도 냉담 중이었던 많은 젊은이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성당에 돌아오기도 하고, 또 종교가 없었지만 천주교회에 다니겠다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들은 분들도 꽤 많아요. 그래서 우리가 신자 수 늘리려고 사회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수적으로 신자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통계에 바탕을 둔 사실입니다. 신자 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만큼 사회 정의에 참여하는 것을 많은 국민들은 종교 본연의 임무로 알고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고, 결국 교회가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김유정 신부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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