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9 07:25:20 , 14034 조회
written by 재경후원회
아빠에게!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드립니다.
편지를 쓰는게 얼마만인지,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요즘 날씨가 다행히도 많이 따뜻해졌지만 그래도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먼저 회갑 축하드려요.
아무래도 기분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저도 평소엔 편지도 잘 안 쓰고 생일도 잘 안챙겼지만 이번엔 특별하다 생각해서 몇자 적고 있습니다.
아빠의 어찌보면 길고 어찌보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인생에서 “아버지”로서의 삶이 참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생각해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빠가 자식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계시다는 게 느껴집니다.
항상 저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서 일정을 소화하고, 제 말과 행동과 기분에 많은 영향을 받으시죠.
저도 비슷하지만 아빠는 특히나 그런 것 같아요.
서로 영향을 받고 사는 게 가족이지만 아빠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끔은, 아니 꽤나 자주 쑥스러운 탓에 툴툴대며 넘기곤 하지만 사실은 다 고맙습니다.
솔직하지 못해서 아빠의 마음에 잘 보답하지 못하는 저를 이해해주세요.
아빠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 자랑을 많이 하시지요.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럽다고 하지 말라고 하거나 별 반응없이 넘겼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사람들에게 아빠 자랑을 참 많이 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부모님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나 상처를 나는 전혀 받지 않으니, 다들 아빠 이야기를 들으면 대단하다 하고 부러워합니다.
정말 단 한명도 그러지 않는 사람이 없었어요.
사람들의 반응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빠는 정말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최고로 자랑스러운 아버지입니다.
그래서 나도 최고의 딸이고 싶지만 많이 부족하고 어려서 아직은 바라는 것만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평소 같았다면 바이올린 연주도 하지 않았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스스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나 스스로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한 무리일 것 같아요.
사실 우리 가족 앞에서도 부끄럽지만 아빠가 기뻐했으면 해서 약간의 쑥스러움은 감수했어요.
두서없는 편지였지만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예요.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딸 주원